kecan0406

2024년 리뷰


2024년 한 해를 돌아보면 새롭게 시도하고 경험한 일이 많았지만, 이루지 못한 것도 있는 반면 예상 외로 쉽게 이룬 것도 있었던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중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회사 문화 바꾸기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회사의 시스템과 복지에 큰 불만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견디며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 내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생겼다.

당시 산업기능요원 복무 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환경에서 괴롭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간다면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개발자 모습은 멀어질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물경력이 두려웠다.

결국 고민 끝에 회사 문화를 바꿔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주변 동료들 역시 회사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이를 개선하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회사는 변하지 않는다”는 주변의 반응에 반박하고 싶었다.

#업무환경 개선 보고서 작성

개인 시간을 써가며 업무환경 개선 요청사항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1. 반년 동안 근무하며 느꼈던 개인적인 불만 사항.
  2. 주변 동료들과의 1대1 면담을 통해 수집한 불만과 의견.
  3. 해당 문제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과 기대 효과.
당시 업무환경개선요청사항

보고서를 작성한 후, 회사 관리자와 면담을 신청해 해당 보고서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득했다. 면담 결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 한 달이 지나 회사는 업무 메신저를 슬랙으로 변경하고, 노션도 도입했다. 나는 동료들이 업무 환경 변경 과정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슬랙과 노션에 대한 온보딩 페이지를 작성하며 변화를 지원했다. 슬랙과 노션 도입 이후 업무 환경 변화의 결과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각 업무 분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으며, 회사의 부조리함은 그대로였고, 직원에 대한 대우 또한 변함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산업기능요원을 그만두었다

회사는 변하지 않았다. 여러 부당한 일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판결이 났다. 이때 산업기능요원 전역까지 8개월이 남아 있었지만, 부조리한 환경을 더는 견딜 수 없어 산업기능요원 신분을 내려놓고 퇴사를 결심했다.

비록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이 과정이 전혀 아깝다거나 후회되지 않는다.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발자 모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산업기능요원을 그만둔 후

운 좋게도 나는 사회복무요원 대상자로 전환되었다. 원래 산업기능요원을 그만두면 남은 군 복무 기간을 현역으로 채워야 했지만, 복무 기간을 현역으로 환산했을 때 6개월 미만이었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정되었다.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멈추지 않기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개발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네트워킹에 힘썼다. 오픈소스 기여와 개발자 스프린트 모임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그 후 개발자 전용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퇴사 후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이 반전되었다.

산업기능요원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극구 반대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만두지 않고 회사의 부조리함을 받아들이며 계속 다녔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다.